씨네코드 선재에서 단관 개봉한 다큐멘터리 '위대한 침묵'이 개봉 12일 만에 관객 1만명을 넘어섰다.
15일 배급사인 영화사 진진에 따르면 이달 3일 개봉한 '위대한 침묵'은 14일까지 누적 관객 1만180명을 기록했다.
프랑스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대사가 거의 없는 2시간 42분짜리 영화로 하루 4차례밖에 상영되지 않는데도 98%의 좌석 점유율을 유지하며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진진 관계자는 "지방 관객들은 영화를 보려고 전세 버스를 타고 단체로 오기도 한다"며 "21일 상영분까지 매진된 상태"라고 전했다.
2주 한정 상영 예정이었으나 연말까지 연장, 그러다가 다시 내년 1월 중순까지 연장 상영한다.
다큐멘터리 <위대한 침묵>의 조용한 흥행바람.
3일 서울 소격동 씨네코드선재에서 단관개봉한 <위대한 침묵>은 개봉 1주일 만에 90%대의 좌석점유율을 보이며 5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통상 관객이 들지 않는 평일 1회차에도 매진을 기록하는 등, 저예산 다큐멘터리 흥행 성공의 기준인 1만명 관객 돌파도 시간 문제다. 상영시간이 162분에 이르기 때문에 1일 4회밖에 상영할 수 없다는 불리한 조건을 딛고 이뤄내고 있는 성과다.
이 영화는 여느 흥행작과는 정반대 지점에 위치한다. 해발 1300m 알프스의 깊은 계곡에 위치한 카르투지오 수도원이 배경이다. 수사들은 묵상하고 기도하고 성가를 부른다. 양을 치거나 목공일을 하거나 정원도 가꾸지만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영화 종반부에 등장한 노수사의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상영시간 내내 물소리, 바람소리, 풀벌레소리만이 들려온다. 다큐멘터리에 흔한 내레이션조차 없다. 카메라는 수도사들의 일상에 개입하지 않고 묵묵하게 관찰한다. 필립 그로닝 감독은 1984년 영화화를 결심하고 수도원을 접촉했으나, “시기 상조”라는 반응을 얻었다. 1999년 수도원은 “준비가 됐다”고 대답했고, 감독은 2002년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 조건은 까다로웠다. 감독은 여느 수도사처럼 독방 생활을 했고, 설거지, 청소, 정원일 등 그들의 일상에 참여했다. 때문에 카메라를 돌릴 수 있는 건 하루 2~3시간에 불과했다. 인공 조명, 인공 사운드, 다른 스태프의 도움, 수도원에 대한 논평이 금지됐고 감독은 수도원이 내건 조건을 충실히 따랐다.
포털 사이트의 영화평점란에서는 반응을 볼 수 없으면서도 개인 블로그에는 감상평이 잇달아 올라온다는 점도 특이하다. <위대한 침묵>이 별표나 점수 등의 단편적인 평가보다는 장문의 글로 표현되는 성찰을 유도한다는 뜻이다. 종교인에게는 ‘영상을 통한 피정’을, 일반 관객에겐 한 해를 조용히 마무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영화사 측의 설명이다.
아닙니다. 죽음을 왜 두려워합니까? 그것은 모든 인간의 운명입니다.
과거와 현재, 이런 것들은 인간적인 것입니다. 하느님 안에서는 과거가 없습니다. 오직 현재만이 지배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실 때 그분은 우리 삶 전체를 보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무한히 선하신 분이시기 때문에 그분께서는 우리의 안녕을 영원속에서 보살피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아무런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저는 제 눈이 안보이도록 해주신데 대해 하느님께 자주 감사드립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제 영혼의 유익을 위해 이러한 일이 일어나도록 허락하셨음을 확신합니다.
세상이 하느님에 대한 모든 감각을 상실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 그들은 더이상 살아가야 할 아무런 이유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린다면 무슨 이유로 이 지상에서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겠습니까?
하느님께서 무한히 선하신 분이시고 하느님의 섭리하심은 우리의 최상의 유익을 위해서이다라는 원리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행복해야 하며 절대 불행해 해서는 안됩니다.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하느님의 뜻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은 우리 영혼의 유익을 위해서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무한히 선하시고 우리를 도우신다라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만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행복합니다." - 카르투시안 수도하는분의 말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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