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노래
암흑에서 빛으로
Cantico Espiritual
머리말
원장 수녀님, 이 노래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의 어떤 특수한 열정으로 기록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지혜와 사랑이란 참으로 광대 무변하며
지혜서에 “지혜는 세상 끝에서 끝까지 힘차게 펼쳐진다.”(지혜 8, 1)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랑으로 가르침을 받고 움직여지고 있는 영혼은 이 사랑과 같은 풍요로움
열정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풍요로운 사랑이 영이 이 노래에 불어 넣어준 깊이와 부
모두 여기서 설명하려고 생각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 가사와 같은 하느님의 신비로운
지식으로 이야기한 사랑의 말을 보통 말로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오히려 어리
석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말하자면 우리의 나약을 돕는 주의 영이 우리 안에 사시고
성 바울로의 말씀처럼 우리가 자신도 바로 알지도 못하고 이해할 수 도 없는, 따라서
똑똑히 표현도 못하는 것을 “말로 다 할 수 없는 탄식으로”(로마 8, 26) 우리를 위해 빌
어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한 영이 당신의 거처로 삼으신 사랑에 타는 영혼에게
알려주는 것을 누가 기록할 수 있겠습니까? 또 그들이 받는 느낌을 누가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그들에게 품게 하는 소원을 그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틀림없이 아무도 그것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것이 자신 속에서 일어나는 그 영혼조차도 할 수 없음을 확실합니다. 그러므로 이
런 영혼은 상징이나 비교나 비유를 써서 자기가 느낀 것을 다소 말하고, 그런 것을 이
론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풍로운 영에서 신비적 비밀을 넘쳐 나오게 합
니다. 이 비유들은 거기에 포함되었음을 이해하면서 사랑의 영의 단순함으로 읽지 않
으면 이치에 맞는 말이라기보다 오히려 어리석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솔
로몬의 아가와 혹은 그 밖의 성서에서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성령은 깊은 뜻을 평범한
일상 쓰는 말로는 나타낼 수 없기에 이상한 상징이나 비유를 써서 그 신비를 기록했습
니다. 그 때문에 성 학자들이 아무리 주해를 거듭해 보아도 이 내용을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이런 것을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설명한 것은 흔히 거기에 포함된 것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2. 그러므로 풍요로운 신비적 지식으로 충만한 사랑의 역사 하심으로 지은 이 시들을
정확히 설명하기는 불가능하고 내가 의도한 바도 그것이 아니며 다만 일반적으로 얼마
간의 빛을 주는 것뿐입니다.(수녀님도 또한 그렇게 원하셨으니까요.) 그리고 저도 그
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랑의 말은 각자가 자기 영성의 양
상, 또는 자기 정신의 능력에 따라 이용할 수 있게 아주 넓은 뜻으로 설명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모든 영혼의 구미에 맞지 않는 한정된 뜻으로 그것들을 정
리하는 것은 피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의 설명을 시도해 보기는 하겠지만 그
설명에 구애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사랑으로 깨우쳐진 신비적 지혜는 (이 시 안에서 말하는 것은 바로 이 지혜이지
만) 영혼 안에 사랑과 애정의 효과를 내기 위해 명확히 이해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앙의 경우와 같아서 우리는 이해하지 않고도 하느님을 사랑합니다.
3. 따라서 나는 아주 간결하게 말 할 예정입니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 문제 자체가 다소
상세히 설명을 요구할 때와 또는 기도의 효과에 관해서 논하거나 설명해야 할 기회를
만나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길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아주 예사롭고 일반적인 것은 접
어 두고 하느님의 은혜로 초심자의 단계를 이미 벗어난 이들을 위해 더구나 이상한 현
상을 짤막하게 말 할 참입니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초심자를 위해 서술된 것은 이미 많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이것을 내가
기록하게 된 것은 수녀님의 청에 따라서인데 주님은 수녀님에게 초심자의 영역을 벗어
날 은혜를 주셨고 더욱이 수녀님을 신적 사랑의 품속으로 더욱 나아가게 해 주셨기 때
문입니다.
또한 하느님과 영혼 사이의 내적 교류를 말하자면 아마도 스콜라 신학에서 몇 가지 점
을 다루게 될지도 모르겠는데 순수 영적 사정에 관해서 내가 이러한 방법으로 말하는
것이 헛된 것은 아니기를 바랍니다. 가령 수녀님에게는 신적 진리를 터득케 하는 스콜
라 신학 수업이 없더라도 사랑으로 가르침을 받는 신비 신학의 수업은 부족하지 않을
테니까, 후자에 따르면 단지 초자연적 진리를 알뿐만 아니고 동시에 그것을 맛보게
됩니다.
4. 나는 내가 말하는 모두 - 그것은 나는 나보다도 뛰어난 판단력을 갖춘 분들의 판단
에 복종하겠으며 도한 어머니신 성 교회의 판단에는 절대 복종하는 바입니다. -를 더
욱 믿을 가치가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 나 자신의 체험이나 또 영적 분들과의 접촉으
로 알게 되고 들은 것을 토대로 하고 나 스스로 판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물론 나는 이
두 도움을 빌릴 예정이긴 합니다만) 나는 다만 성서의 권위에 의지하여 거기서 확증과
해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적어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부분에서는 더욱 그
렇습니다.
그 경우 나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쓸 예정입니다. 우선 라틴어에서 번역한 원문을
쓰고, 그것을 내가 다루는 문제에 적용하여 설명하겠습니다. 나는 시작에 노래를 모두
정리하여 기록합니다. 그리고 곧 이어 노래 하나 하나를 순서를 따라 열거면서 설명하
고 또 노래의 각 구절을 서두에 기록하고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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