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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사랑울림

[스크랩] 나의 소중한 동지에게 ** 글: 한국 가톨릭 문화원 스콜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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슴속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바라본 산



                                       

 


+ 화의 복음화!     삶의 복음화!

 

나의 소중한 동지에게

 

한국은 지금 무더위가 한창일 텐데 지치지는 않았는지?
장엄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마테호른에 다가선 날이었다.
유난히 산을 좋아하는 네가 있었다면
분명 오르고픈 충동을 누르기 힘들었을 거야.
숱한 산사나이들이 목숨을 제물로 바쳤건만
그럴수록 저 산의 웅장한 위용은
더 강한 마력같은 에너지를 뿜는 듯하다.

 

뜻을 세우고 마침내 산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모진 인고의 시간들과 때로
고귀한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가를 새삼 생각해 봤다.

 

클라인 마테호른에서 마테호른을 바라보면서
그 순간 내 기억 속에는
한 사나이의 통곡의 영상이 떠오르고 있었어.

 

여행을 오기 전 7월의 어느 날 눈시울을 적시며
TV에서 보았던 슬픈 감동의 다큐멘터리였다.
오직 산에서 사라진 얼어붙은 동료 산사나이의 시신을
찾아내고 덮어주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
무모하고 가슴저린 휴먼원정대의
슬프고 비장한 우정의 드라마였지.

 

숱한 좌절과 사투를 딛고 그는 마침내
얼음덩어리로 기다리던 주검을 부둥켜 안고
"무택아, 무택아!"
하늘에 닿을 울부짖음을 토하고 있었어.

 

'아, 에베레스트!' 였던가,
지난 해 5월 에베레스트에서 사망한
동료 산사나이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77일간의 악전고투 끝에 고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발견하고
통곡하는 산악인 엄홍길씨의 모습이었다.
사랑과 우정은 어떤 희생도 막을 수 없는 것임을
가슴속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그날 나의 시선은 그 영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지.

 

얼음과 하나가 되어버린 시신에 붙은 얼음조각을 떼어내는
산사나이의 뜨거운 통한의 우정보다
산에서 얼어버린 주검의 모습이 더욱
내 가슴속 눈물을 흐르게 했는지도 몰라.

 

눈 덮인 산정보다 더 높이 치솟은 웅장한 산을 마주하며
나의 눈빛엔 그때의 영상이 새삼 오버랩되더구나.
산사나이의 꿈과 도전,
그리고 그들의 우정과 희생은
산이 없다면, 산을 향한 꿈이 없다면
초래되지 않았을 비극의 현실인지도 모르지.

 

하지만
정말 그것은 비극일까?

 

꿈이 없는 삶,
도전이 없는 삶,
희생과 고난이 없는 삶,
안주하고 멈춰버린 삶,
자신을 불살라 봉헌할 곳을 잃어버린 삶,
높은 희망을 보는 눈을 잃고 헌신의 가슴이 식어버린 삶,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비극이 아닐까.

 

난 오늘도 산을 바라보며
산 아래서 산의 모든 것을 재단하는
하지만 정작 산을 알지 못하는 이들의
편안하고 안일한 진실된 불행을 너에게 엽서로 말한다.

 

아니 나에게 말하고 있는거야.
산을 오르는 고통의 익숙함을 벗고 싶은
안일한 유혹에 앉아 허망한 쉼에 익숙해 질지도 모를
다시 일어서야 할 나에게 말하고 있는거야.

 

다시 산을 바라본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의 눈을 뜨면 언제나 무엇에 비길 수 없이
웅장한 모습으로 기다리는 산.
오르지 않을 수 없는
지친 혼을 다시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신비의 소리와 빛을 안겨 주는 산을 바라본다.

 

아무도 오른 적이 없는 루트는
두려움과 고통 때문이 아닌
오르진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빠져 든 행복이기에
오늘도 내가 가야할 산길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다.

 

혹 가슴이 식어 영원히 산의 얼음조각이 되더라도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기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 나를 사랑하는 그분은
땀과 눈물의 조각을 떼고
그토록 가고픈 꿈의 나라에 빠져 잠들게 하시리라.

 

너도 부디 그러하기를...
세상에 숨어 있는
내가 꿈꾸는 그 산을 함께 바라보는
네가 있어 행복하다.

 

그대가 너이기를...










 


 


 

출처 : 가르멜산 성모 재속가르멜회
글쓴이 : 장미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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