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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의 ‘주님의 기도’에서 (Nn. 13-15: CSEL 3,275-278) )

판관기에 의한 독서 6,33-7,8. 16-22
제1독서
판관기에 의한 독서
그 무렵 6,33 미디안 사람들은 아말렉 사람과 동방의 백성들을 다 모아 가지고 강을 건너 이즈르엘 평지에 진을 치고 있었는데, 34 주님의 영이 기드온을 사로잡았다. 그러자 기드온은 뿔 나팔을 불어 아비에젤 일족에게 따라 나서라고 하였다. 35 그는 또 전령들을 므나쎄 온 지파에 보내어 므나쎄 지파도 따라 나서라고 불러내었다. 아셀 지파와 즈불룬 지파와 납달리 지파에도 전령들을 보내니 그들도 올라와서 기드온과 합세하였다.

36 기드온이 하느님께 아뢰었다. “이미 말씀하신 대로 이스라엘을 제 손으로 구하시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면, 이렇게 해주십시오. 37 보십시오. 제가 타작 마당에 양털 한 뭉치를 이렇게 펴놓습니다. 만일 이 양털 뭉치에만 이슬이 내리고 땅바닥은 말라 있으면, 말씀하신 대로 이스라엘을 제 손으로 구하시려는 줄로 알겠습니다.” 38 정말 그대로 되었다. 기드온이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양털 뭉치를 짜보니 한 대접 가득 물이 나왔다. 39 기드온은 다시 하느님께 아뢰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노하지 마십시오. 양털 뭉치로 꼭 한 번만 더 시험하게 해주십시오. 이번엔 양털만 말라 있고 사방의 땅바닥은 이슬로 젖게 해주십시오.” 40 그날 밤 하느님께서 그대로 해주셨다. 양털은 말라 있었고 사방의 땅바닥은 온통 이슬로 젖어 있었다.

7,1 여룹바알이라고도 하는 기드온과 그가 거느리는 온 군대는 일찍 일어나 엔하롯에 진을 쳤다. 미디안은 거기에서 북편으로 모레 언덕 아래 평지에 진을 치고 있었다. 2 주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셨다. “네가 거느린 군대의 수가 너무 많다. 이대로는 내가 너희의 손에 미디안을 부치지 않겠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나를 아는 체도 않고 제 힘으로 승전했다고 으스댈 테니 말이다. 3 그러니 이제 너는 지금이라도 무서워 떠는 자는 돌아가라고 이 군인들에게 일러라.” 기드온이 지체 않고 그들을 떠나가게 하니 이만 이천 명이 돌아가고 만 명이 남았다.

4 주께서 다시 기드온에게 이르셨다. “군인이 아직도 많다. 모두 물가로 데리고 내려가거라. 거기에서 내가 그들을 추리겠다. 너와 함께 나갈 사람이라고 내가 일러주는 사람만 너와 행동을 같이하게 하여라. 그러나 너와 함께 나갈 사람이 못 된다고 일러주는 사람은 누구든지 너와 행동을 같이할 수 없다.” 5 기드온이 군인들을 데리고 물가로 내려가니, 주께서 이렇게 일러주시는 것이었다. “개처럼 혀로 물을 핥는 자들을 한편에 세우고 무릎을 꿇고 물을 마구 들이켜는 자들을 다른 편에 세워라.” 6 그러자 혀로 핥는 자의 수는 삼백 명밖에 안 되었고 나머지 군인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물을 들이켰다. 7 주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셨다. “나는 물을 핥아 먹은 삼백 명으로 너희를 구원하리라. 나 이제 미디안을 네 손에 부쳤다. 나머지 군인들은 모두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라.” 8 기드온은 군인들이 가지고 있던 단지와 뿔 나팔을 거두어 들이고는 삼백 명만 남겨두고 나머지 이스라엘 군대를 모두 자기 집으로 돌려보냈다. 미디안 군은 그 아래 평지에 진을 치고 있었다.

16 기드온은 삼백 명을 세 부대로 나누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뿔 나팔 하나와 횃불이 든 빈 단지 하나씩을 주고는 17 이렇게 일렀다. “너희는 나를 보고 있다가 내가 하는 대로 하여라. 내가 적진에 접근해 가서 하는 대로 따라 하여라. 18 내가 거느린 부대가 나와 함께 나팔을 불면 너희도 적진을 둘러싸고 있다가 나팔을 불며 ‘주님 만세! 기드온 만세!’ 하고 외쳐라.”

19 기드온이 자기 부대 일백 명을 거느리고 적진에 다다른 것은 한밤중 보초가 막 교대하고 나서였다. 그들은 나팔을 불며 손에 든 단지를 깼다. 20 세 부대가 모두 나팔을 불며 단지를 깨고 왼손에는 횃불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나팔을 불며, “주님 만세! 기드온 만세!” 하고 외쳤다. 21 그러면서 적진을 둘러싼 채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적군은 온통 갈팡질팡 아우성 치며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22 삼백 명 군대가 나팔을 불어대고 있는 동안 주께서는 적으로 하여금 저희끼리 마구 칼로 찔러 죽이게 하셨다.
 
제2독서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의 ‘주님의 기도’에서 (Nn. 13-15: CSEL 3,275-278)  )
다음에 “그 나라가 임하시며”라고 기도합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우리 안에 거룩히 빛나시기를 청하는 것과 같은 뜻으로 여기에서는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에게 임하시기를 청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다스리지 아니하시는 때가 있습니까? 과거에 항상 있었고 또 미래에도 중단이 없으실 하느님의 나라에 시작이라는 것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전에 세상을 섬겼던 우리는 이제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다스릴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시고 그리스도께서 수난당하실 때 흘린 피로써 얻어 주신 우리의 나라가 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주님 친히 약속하셨습니다. “너희는 내 아버지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니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이 나라를 차지하여라.”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하느님의 나라는 그리스도 자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께서 매일 매일 오시기를 원하고 그분께서 우리 가운데 신속히 돌아오시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언젠가 그리스도 안에서 부활하신 것이기 때문에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부활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또 그분 안에서 다스릴 것이기 때문에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나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상의 나라도 있지만 우리는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 곧 하늘 나라를 청하는 것입니다. 세속을 포기한 사람은 그 세속의 명예와 권세를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당신이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기를 기도한다는 뜻이 아니고 우리가 그분이 원하시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한다는 뜻입니다. 누가 하느님께서 당신이 원하시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마귀는 우리가 만사에 있어 생각과 행동으로 하느님께 순종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우리는 하느님의 뜻이 우리 안에 이루어지기를 청합니다. 그분의 뜻이 우리 안에 이루어지는 것은 하느님 의지의 업적입니다. 즉 어떤 사람도 자기 힘만으로는 넉넉하지 못하고 하느님의 도우심과 보호하심과 인자와 자비를 힘입어 그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주님마저 당신 자신이 인간의 나약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셨습니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다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리고 제자들에게 그들 자신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시고자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덧붙여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바로 그리스도께서 행하시고 가르치신 그것입니다. 즉 사람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의 겸손, 신앙의 항구함, 말하는 데 있어서의 겸양, 행동에 있어서의 정의, 활동하는 데 있어서의 자비심, 윤리 생활에 있어서의 기율, 누구에게나 해를 끼치지 않고 받는 해를 잘 참아 내는 것, 형제들과 화목을 유지하는 것, 전심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 곧 그분을 우리의 아버지로서 사랑하고 우리의 하느님으로 두려워하는 것, 그리스도께서 우리보다 더 사랑하신 것이 없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리스도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없는 것,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에 굳게 매달려 있는 것, 그리스도의 십자가 옆에 용감히 그리고 두려움 없이 서 있는 것, 그분의 이름과 명예가 도전받을 때 우리가 하는 말에서 그 확고함을 고백하고 우리가 처리하려는 문제들에서 확신을 가지고 달려들며 죽음 앞에서 우리에게 월계관을 얻어 주는 그 인내심을 보여 주는 것 - 이 모든 것이야말로 그리스도와 함께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하느님의 계명을 실천하며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것입니다.
 
마침기도
기도합시다
주께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힘을 주시는 천주여,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인자로이 들으소서. 당신의 도우심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약한 인생이오니, 주의 은총으로 도우시어, 우리로 하여금 마음과 실행으로 당신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며 당신의 뜻을 따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