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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 - 삶의 중심을 보고 싶다면 삶의 부조리와 불행은 살아 있음 자체가 하느님의 기적이며 사랑임을 의식하지 못하는 데서, 설사 의식했어도 이내 망각하고
마는 데서 비롯된다. 지금부터 살펴볼 잠언은 결코 작위적으로 ‘만들어 낸’ 지혜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전통적 대의를 근거로 ‘만들어진’ 지혜로서,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둠’이라는 메시지를 일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잃어버린 삶의 중심 때문에 불안하게 자신을 지켜봐야 했던 분들,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찾고 있던 분들에게 일독(一讀)을 권한다. 보물 같은 답이 제시되어 있다. 1.표제와 특성 잠언 1,1은 일종의 ‘표제’로 책의 저자를 ‘솔로몬’으로, 문학적 양식을 ‘격언’(히브리어 ‘마샬’)으로 규정하고 있다. 마샬(mashal)은 ‘격언 ․ 잠언’이라는 뜻으로서, 삶의 지침과 규범을 짧은 문장에 집약하여 표현한 실천적인 금언을 말한다. 이렇게 표제만을 본다면 잠언은 솔로몬에 의해 저술된 금언집 정도로 이해될 수 있겠다. 그러나 실제로 이 책은 내용과 문체, 저자가 서로 다른 여러 격언집의 모음이다. ♠1 2. 잠언(마샬)이란 ‘마샬’(격언 ․ 금언 ․ 잠언)이라는 양식은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유형이지만 당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그리고 이를 잇는 비옥한 반달지역에서도 많이 유행하던 문학유형의 하나였다. 이스라엘에는 이미 ‘동방 모든 이의 지혜와 이집트의 모든 지혜 ’(1열왕 5,10)가 잘 알려져 있었고, 당시의 이러한 문학적 열풍은 성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샬이라는 양식이 크게 사람들에게 호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짧은 문구 안에 삶을 원활하게 살아가기 위한 요긴한 기술들이 풍부히 농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잠언은 삶이 어떤 것이며 어떻게 대처해 나갈 때 가장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그리고 인상 깊은 어조로 제시 해 주고 있다. 현대인들 역시 간단하고 쉬운 해설 속에 삶의 지혜를 품은 책들을 선호하는데 다만 성경의 잠언과 현대의 처세술 관련 서적이 다른점이 있다면 성경은 삶의 핵심을 ‘하느님과의 관계성’ 안에서 푼다는 것과 지혜가 전달되는 장소로 ‘가정’을 들고 있는 점이다. 3. 저자의 편집연대 잠언의 표제와 1열왕 5,12에 ‘솔로몬의 잠언들’이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잠언의 저자를 솔로몬으로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솔로몬은 이스라엘 전통 안에서 언제나 지혜로운 인물의 대명사로 여겨졌고, 지혜운동(wisdom movement)을 적극 장려한 왕으로 유명하기에 이 표제는 그러한 전통적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가명성’ 기법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잠언의 진정한 저자는 누구인가? 앞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성경 잠언은 여러 잠언집의 모음이고,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이 작품은 여러 저자의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여러 저자와 이스라엘의 소중했던 전통들의 결합이 곧 잠언인 것이다. 잠언은 기원전 10세기부터 유배 이후인 기원전 4세기경까지 각 시기의 필요성과 요구에 의해 기록되고 편집된 문헌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기원전 10세기라면 다윗에 의해 이스라엘이 평정되고 솔로몬에 의해 문예진흥책이 거국적으로 시행되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외국의 여러 지혜문학 작품들이 도입되었고 이에 영향을 받은 이스라엘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잠언들을 제작 ․ 편집하게 되었는데, 특별히 히즈키야 왕 시대에 잠언의 핵심부분인 25-29장이 완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두 개의 부록인 30장과 31장 1-9절이 첨가되고, 유배이후에 10-24장이 다시 첨가된다. 이 책 전체에 대한 서론격인 1-9장은 가장 마지막에 첨가되는데, 기원전 4세기경의 작업으로 추정된다. 유배에서 돌아온 유다인들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잘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4. 구성과 주요내용 잠언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9장이 일정한 주제에 의한 체계적 구성을 보여준다면, 10장 이후부터는 앞뒤 아무런 관련 없이 모아진 일종의 우연성을 띄고 있다. 잠언의 내용에 대하여 신학자들은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하곤 했다. 잠언이 제시하는 내용이 일상 삶에 대한 ‘세속적 지혜’를 언급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성경의 다른 책들처럼 이스라엘의 강한 ‘신앙’을 표현하고 있는지 그 구분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잠언에는 다른 성경에 비해 하느님에 대한 언급이 다분히 축소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용도 너무 산만하여 신학적 주제를 정리하기 쉽지 않으며, 그 구체적 내용도 문제가 된다. 제시하는 내용들이 삶의 올바른 자세를 표현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종교적 의무로까지 간주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기에 이러한 요인들이 잠언의 ‘종교적 성격’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후에 첨가되면서 전체를 수렴하는 역할을 한 서론(1-9장)부분을 보면 이 책의 ‘종교적 성격’이 확인된다. 잠언 1-9장 중에서도 특별히 1,2-7은 책 전체를 요약하는 역할을 하는데, 잠언을 일종의 ‘교육서’로 제시하고 있으며 ‘주님을 경외함이 지식의 근원’(1,7)임을 대주제로 천명하고 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참된 지혜이며 ‘행복의 시작’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5. 신학적 메시지 ♠2 1)지혜와 행복 : 잠언의 대주제는 ‘지혜’이며, ‘지혜가 행복의 본질적 근거’임을 설명한다(3,13-20). 더욱이 지혜를 찾은 이는 ‘갑작스러운 공포’나 ‘파멸’(3,25)에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주님께서 그들의 보증인이 되시어 온갖 덫에서 구해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3,26). 또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추구해야 할 작업은 인간 누구나 내면 깊은 곳에 존재하는 생명의 물을 끌어올리는 것이다(20,5). 이러한 맥락에서 잠언 4,23-27은 ‘네 마음을 지키는 것’(4,23)이 지혜의 길임을 명시하고 있다. 28,25-26은 지혜를 더 분명하게 정의해 주는데, 그것은 자신을 믿지 않고 ‘주님께 의지하는 것’이다. 결국 어리석음이란 자신이 범한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26,11)이고, ‘스스로 지혜롭다고 여기는’(26,12)것, 곧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의탁하지 못하는 것’이다. 2)지혜의 근본은 하느님께 대한 경외 : 여타의 지혜문학과 마찬가지로 잠언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는 대주제는 ‘하느님께 대한 경외’이다(1,7;9,10 등). 특별히 잠언 29,25은 ‘경외(두려움)’라는 감정을 잘 정리해 주고 있는데, 인간에 대한 두려움은 ‘올가미’가 되지만 “주님을 신뢰하면 안전해 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곧 타인을 두려워하는 것은 억울함과 공포심만을 조장하지만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은 ‘삶의 안전성’이라는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그 어떤 타인도 아닌 하느님뿐임을 명시적으로 가르쳐 주고 있다. 3) 하느님의 지혜와 인간의 지혜 : 하느님께 대한 경외가 삶의 가장 중요한 태도라는 주제는 하느님의 지혜와 인간의 지혜 사이의 분명한 편차를 통해 이해된다. 16,1에서 저자는 인간의 지혜와 하느님의 지혜를 대비시킨다. “마음의 계획은 사람이 하지만 혀의 대답은 주님에게서 온다.”고 명시함으로써 모든 일의 성패는 전적으로 하느님이 결정하심을 강조한다(16,9참조). 그러므로 잠언의 저자는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을 ‘주님께 맡기라.’고 권고한다(16,3-4). 잠언27장에서도 이러한 점이 발견된다. 27장은 삶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인식으로 시작되는데, 그것은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지혜는 너무도 미비해서 그 누구도 ‘하루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27,1). 16장의 후반부인 16-33절에서는 현명한 행동이 무엇인지 제시되어 있는데, 특별히 ‘분노’와 ‘짜증’은 지혜를 해치는 가장 위험한 요소이다(32절). ‘화’는 곧 ‘화(禍)’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일에 화를 내지 않고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근거는 마지막 구절(33절)에 드러나 있다. 모든 일의 결과를 결정해 주시는 분은 주님이시기에 인간적 조건과 환경에 대해 짜증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진정한 자유는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4) 낯선 여인과 지혜로운 여인(지혜) : 일반적으로 시대와 사회를 대표하는 지식은 남성에 의해 주도된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진리와 이념은 말이나 이론의 성토가 아니라 진정한 삶의 소통과 내면적 평화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지식을 ‘참여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여성에 의해 더 잘 실천되어 온 부분이다. 그래서일까, 성경과 고대 근동의 신화들은 한결같이 지혜를 ‘여성적 존재’로 이해하고 있다. 이집트-바빌론 신화에서 지헤를 대표하는 신은 모두 여신들(마아트 ․ 이슈타르)이고, 히브리어와 희랍어에서 ‘지혜’에 해당되는 말(호크마 ․ 소피아)도 모두 여성명사이다. 이러한 지혜와 반대 존재로 잠언에 등장하는 내용이 ‘낯선 여인’에 대한 경고이다(2,16-19;5장). ‘낯선 여자의 입술은 꿀을 흘리고, 그 입속은 기름보다 매끄럽지만’(5,3), 그 결말은 ‘쓴 흰쑥처럼’(5,4)쓰디쓸 뿐이다. 본문은 낯선 여자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를 명예를 손상당하거나 헛된 삶을 살아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5,9-14). 이어 저자는 낯선 여인의 덫에 걸리지 않을 대안을 제시하는데 방법은 간단하다. 젊은 시절, 아내에 대한 사랑을 기억하는 것이다(5,15-23). 아내는 ‘저수동굴’이고 ‘샘’이며(15절) 언제나 스스로를 흡족케 하는 사랑이기 때문이다(19절). ‘물’과 ‘샘’이 생존을 위한 절대성을 은유하고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7장도 같은 맥락이다. 낯선 여인의 매혹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은 ‘누이’인 지혜를 간직하는 것이다(7,4-5). 5) 말할 때의 지혜 : 잠언이 제시하는 생활의 지혜 중 특별히 부각되어 있는 주제는 입과 혀, 곧 ‘말’에 대한 것이다 (10,11.19.32; 15,1-4,23; 19,5; 25,7이하 등). 25,7ㄴ 부터는 성급한 말에 대한 경고가 이어진다. 직접 보았다고 해서 섣부른 증언을 하지 말고(25,8), 서로 다투는 중에라도 남의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된다(25,9-10). 적절한 표현력(25,11)고 들을 줄 아는 능력(25,12)을 강조한다. “끈기는 판관을 설득하고, 부드러운 혀는 뼈를 부순다.”(25,15)에는 저자 특유의 문학성이 돋보인다. ‘인내’와 ‘기다림’이야말로 타인을 설득하는 최선의 능력이고, ‘유연함’이야말로 뼈를 부술 정도의 강력한 힘임을 명시하고 있다. 중상모략도 경고한다. ‘불화살을 쏘는’것처럼 이웃을 중상하고는 ‘그냥 장난삼아 그랬어.’ 한들 그 죄는 결코 무마될 수 없으며(26,18-19), 중상은 자기 자신에게로 그 결과가 돌아오는 특징을 가지기에 ‘구렁을 파는 자는 제가 그곳에 빠지고, 돌을 굴리는 자는 제가 그것에 치이게’ 된다(26,27). 거짓말의 함정도 경고하는데, 거짓말은 상대를 옭아맬 뿐 아니라 그 말을 유포시킨 자신을 포박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19,5.9). *** 늘 곁에 있기에 그 존재를 인식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공기 ․ 물 ․ 가족…. 잠언이 말하는 지혜(하느님의 존재)가 바로 그런 것이다. 삶이 권태롭거나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하느님께서 내 곁에 계시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그것에 너무 익숙해져 쉽게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혜문학 작품들은 하느님을, ‘찾아야 할 분’이 아니라 내 삶의 순간순간에서 ‘발견되는 분’임을 천명하고, 그분의 현존 안에서 살아가는 것 말고는 그 어떤 매혹도 낯선 여인의 유혹처럼 치명적인 것이 됨을 경고한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속성을 깨닫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곧 ‘죄’임을 고발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하랴. 우매한 우리는 그 소중한 것들과 작별한 이후에야 비로소 그 가치와 진리를 깨닫게 되거늘….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모르는 건 아니다. 알고 있지만 웬만해선 그 어리석음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것, 가장 안타까운 인간의 한계이며 비극이 아닐까 한다. ♠주석 ♠1. 뚜렷이 구별될 수 있는 개별적 모음집만 해도 솔로몬의 금언집(1-9장), 솔로몬의 잠언 (10,1-22,16), 30가지 잠언(22,17-24,34), 히즈키야의 신하들이 편집한 솔로몬의 잠언(25,1-29,27), 아구르의 어록(30,1-14), 숫자로 나타낸 잠언(30,15-33), 르무엘 왕의 어머니가 준 교훈(31,1-9), 현숙한 여인에 대한 찬양(31,10-31) 등이 있다. ♠2. 잠언은 지혜롭고 행복한 삶의 비결을 제시해 주는 지침서이다. 여기서는 제한된 지면 때문에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을 소개한다. 잠언을 직접 읽어보길 권해 드린다. 야곱의 우물에 김 베아트릭스 수녀님이 게재한 글입니다. |
출처 : 가르멜의 산길 Subida Del Monte Carmelo
글쓴이 : 장미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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