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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스크랩] 양들로부터 사랑받는 목자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양들로부터 사랑받는 목자> 2월 6일 연중 제4주간 토요일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마르 6,30-34) “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았다.” 저희 살레시오 공동체 여기저기서는 틈만 나면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합니다. 본당 중고생들을 위한 피정, 여름 신앙 캠프, 상처 입은 청소년들을 위한 치유 캠프, 대대적인 행사, 소풍 등등이 연중 계획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강도 높은 2박 3일간의 캠프가 끝났습니다. 참가했던 청소년들이 얼굴 가득 아쉬움을 담고 캠프장을 떠나가고 나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형제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입니다. 실시된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하는 시간이지요. 다들 신이 나서 자신이 체험한 성공담들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돈보스코의 제자들로서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지요. 아이들이 잠시나마 근심걱정 모두 잊고 행복해하는 얼굴 보니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모릅니다. 제가 진행한 프로그램 다들 보셨죠? 완전 대박이었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그게 과연 될까 생각했는데, 우리 모두가 힘을 모으니 정말 대단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더군요. 아이들의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돈보스코 성인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 예수님과 열두 사도들 사이에서도 유사한 분위기가 조성되곤 했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특별 과외와 안수를 받은 제자들은 악령을 제어하는 권한까지 부여받았겠다, 치유의 은사까지 받았겠다,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 속으로 파견되었습니다. 또 다른 예수님이 된 사도들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가는 곳 마다 악령들을 쫓아냈습니다. 병들어 신음하는 환자들은 예수님의 능력으로 치유를 시켰습니다. 제자들은 자신을 통해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능력을 직접 온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참으로 은혜롭고도 행복한 12사도의 사목 실습 기간이었습니다. 이윽고 실습기간을 마친 12사도들이 예수님께로 돌아옵니다. 캠프를 성공리에 마친 우리 어린 수사님들과 유사한 분위기를 분명히 연출했을 것입니다. 다들 신이 나서 자신의 사목 성공 체험담을 큰 소리로 예수님께 보고했습니다. 제자들이 사목 실습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편안히 자리 잡고 식사할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밤늦도록 줄 지어선 군중들로 인해 새벽녘에야 겨우 잠자리에 들었겠지요. 제자들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거듭된 과로로 인해 파김치처럼 되었습니다. 그러나 큰 성취감과 보람에 겨워 피로도 잊은 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성공 체험담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자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뿌듯한 마음 저도 자주 체험해봐서 잘 압니다.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지칠 대로 지친 제자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던 예수님이었기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외딴 곳으로 가서 마음 편히 식사도 하고 잠시라도 드러누워 피로를 풀라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제자들은 사람들 눈을 벗어나려고 배를 타고 외딴 곳으로 떠나갔습니다. 드디어 호젓하고 한적한 장소를 찾았습니다. 뭐든 요기부터 하려고 자리를 까는 순간, 웬걸, 어느새 도착한 군중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집요하리만치 예수님과 제자들을 따라다니는 군중의 모습에 예수님의 마음이 짠해지고 아려왔습니다. 목자 없던 양들이 드디어 참 목자를 찾았으니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 목자만을 따라다니는 그 모습에 측은하고 가엾은 마음이 드신 것입니다. 할 수없이 예수님께서는 휴식을 다시 뒤로 미룬 채, 잠시 요기할 틈도 없이 다시 군중을 가르치기 시작하십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정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을 태운 배는 갈릴래아 호수를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옮겨갔습니다. 그러나 낌새를 알아차린 군중은 배와 경쟁하듯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의 뛰다시피 예수님과 제자들을 따라다니는 광경은 참으로 장관이었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 거짓 목자들로 인해 갖은 고통에 시달렸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가련한 처지가 잘 드러나는 풍경입니다. 양떼를 좋은 풀밭으로 이끌어주어야 할 이스라엘의 목자들이었건만 오히려 그들은 양들을 죽음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목자는 양들의 수호자가 되기는커녕 이용해먹는 삯꾼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목자 잃은 양들은 이리 저리 방황하며 그렇게 수천 년을 살아온 것입니다. 드디어 나타난 참 목자 예수님을 즉시 알아본 군중은 잠시도 목자 주변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나설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를 놓치지 않고 싶었습니다. 참 목자가 어떤 모습을 지녀야 하는가는 여기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양들로부터 사랑받는 목자, 양들로 둘러싸인 목자, 그저 곁에 있음으로 인해 양들이 행복한 목자, 그와 함께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목자...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출처 : 가톨릭 영성의 향기 cafe
글쓴이 : andre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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