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겨울을
겨울답게 살아 보았는가.
그대는 봄다운 봄을 맞이하여 보았는가.
겨울은 어떻게 피를 흘리고
동토(凍土)를 녹이던가.
봄은 어떻게 폐허에서
꽃을 키우던가.
겨울과 봄의 중턱에서
보리는 무엇을 위해 이마를 맞대고
눈 속에서 속삭이던가.
보리는 왜 밟아줘야 더
팔팔하게 솟아나던가.
김남조
“ 꽃 속에 피가 흐른다.”고 말한 시인은 겨울의 잿더미를 헤집고
솟아오르는 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은 나무가 자신을 감싸 안는
태양을 향해 드리는 기도이다.
기도가 하늘에 닿으니, 꽃잎의 색깔은 저마다 달라도
꽃 속의 피는 더 이상 붉을 수 없으리만치 붉다.
더운 피의 빛깔이다. 잿더미조차 붉어진다.
생명은 피가 통하지 않으면 생명이 아닐 수밖에.
더운 피를 가진 꽃이 피어나는 산하(山河)가 그립다.
겨울의 표정은 깊다.
산맥을 타고 흐르는 찬 이슬의 빛깔을 놓치지 않는다.
기지개가 육중해진다. 이기고 돌아오는 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바람 불어 도리어 좋은 날들이다. 그렇게 피는 꽃 속에 내가 있다.
잿더미를 이겨내고 솟아오른 우리가 있다.
출처 : 가르멜의 산길 Subida Del Monte Carmelo
글쓴이 : 월천lyy1935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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