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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오늘의 일상과 자연

[스크랩] 봄의 찬미ㅡ음햫과 오행에빗대인

그대는 겨울을

겨울답게 살아 보았는가.


그대는 봄다운 봄을 맞이하여 보았는가.

겨울은 어떻게 피를 흘리고

동토(凍土)를 녹이던가.


봄은 어떻게 폐허에서

꽃을 키우던가.


겨울과 봄의 중턱에서

보리는 무엇을 위해 이마를 맞대고


눈 속에서 속삭이던가.

보리는 왜 밟아줘야 더

 팔팔하게 솟아나던가.

                            김남조

                                                   

꽃 속에 피가 흐른다.”고 말한 시인은 겨울의 잿더미를 헤집고

솟아오르는 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은 나무가 자신을 감싸 안는

 태양을 향해 드리는 기도이다.

 기도가 하늘에 닿으니, 꽃잎의 색깔은 저마다 달라도

꽃 속의 피는 더 이상 붉을 수 없으리만치 붉다.

 더운 피의 빛깔이다. 잿더미조차 붉어진다.

 생명은 피가 통하지 않으면 생명이 아닐 수밖에.

더운 피를 가진 꽃이 피어나는 산하(山河)가 그립다



 겨울의 표정은 깊다.

 산맥을 타고 흐르는 찬 이슬의 빛깔을 놓치지 않는다.

 기지개가 육중해진다. 이기고 돌아오는 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바람 불어 도리어 좋은 날들이다. 그렇게 피는 꽃 속에 내가 있다.

 잿더미를 이겨내고 솟아오른 우리가 있다. 


 


출처 : 가르멜의 산길 Subida Del Monte Carmelo
글쓴이 : 월천lyy1935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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