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성인(聖人)>
11월 15일 연중 제33주일(평신도 주일)
(마르 13,24-32)
“선택한 이들을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
평신도 주일을 맞아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성인이 한 분 계십니다.
평신도들의 신심생활, 영성생활에 큰 가치와 의미를 강조하신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입니다.
당시 신심생활이나 영성생활, 성화의 길은 성직자,
수도자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려니 하는 분위기가 다분했습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은
성화와 완덕에 이르는 길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크게 외친 것입니다.
성인께서 저술하신 그 유명한 ‘신심생활입문’을 통해 모든 인간은
성화와 완덕의 길로 불렸음을 널리 천명하였습니다.
“신심생활이 군인들의 막사, 직공들의 공장, 제왕의 궁정,
결혼한 이들의 가정에 존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가르침이며 이단 교설입니다.
세상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완덕으로 인도하는
신심의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러한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의
구원과 성화의 보편성과 다양성에 대한 가르침은
참으로 혁신적인 것이었습니다.
성인의 가르침은 약 4세기 후에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천명하게 될 성성에의 보편성과 성화 및 영성의
다양성 교의를 미리 밝힌 것입니다.
이런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의 가르침을 묵상하며
이 시대 성인(聖人)이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대해서 한번 묵상해보았습니다.
성인들의 전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시복시성되고 있는 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주 특별한 사람이거나 대단한 사람들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문제성이나 결점 투성이였던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족함을 하느님께서 채워주시리라 굳게 믿으며
지속적으로 성화(聖化)되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이 시성시복되고 있습니다.
시성시복은
우리와 결코 멀리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토록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각자의 그칠 줄 모르는 노력과 이웃들의 도움,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우리 역시
성인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인(聖人)이 되고자 하는 열망’입니다.
연중 교회력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또 다시 우리가 실천해야할 최우선적인 과제는
성화(聖化)의 길을 걷는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 인간들에게
가장 간절히 바라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가 거룩하게 되는 것’(테살 1서 4,3)입니다.
특별한 그 무엇을 하지 않더라도
매일의 고통을 잘 견뎌냄을 통해서도
우리는 충분히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성당에서 눈물과 기도로 밤을 지새지 않아도
매일 맡겨진 직무에 충실함으로서
우리는 충분히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매일 비우고 매일 떨치며 매일 새출발하는 가운데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하느님을 향한
성덕의 계단을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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