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이 세상>
9월 10일 연중 제23주간 목요일
(루카 6,27-38)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어찌 보면 모순과 절망,
고통과 불행으로 가득 차 보이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이 세상!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세월과 더불어 젊음도 가고 사랑도 가고,
끔찍스런 고통의 시절도 가고 혹독한 겨울도 다 지나갑니다.
견디기 정말 힘든 비참함도, 캄캄한 어둠의 날도,
죄도 부끄러움도 견디다보면
시간조차 지배하시는 하느님 자비의 손길과 더불어 다 지나갑니다.
세월의 힘이 참 큰 것 같습니다.
그리도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며 흔들어대던 현세적인 것들,
욕정, 나쁜 욕망, 탐욕 등 악의 세력들도
시간과 더불어 점차 우리 안에서 힘을 잃어갑니다.
그토록 통제하기 힘들었던 분노, 격분, 악의 중상, 악담, 거짓말도
차츰 우리 안에서 소멸되어 갑니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안에 살아 숨 쉬고 계시는
하느님의 은총 덕분입니다.
이런 면에서 그리스도인으로 불림 받았다는 것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 한번 둘러보십시오.
서로 헐뜯고 서로 깊은 생채기를 내며
들짐승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잠시 지나가는 이 세상, 잠시 소풍 나온 이 세상인데,
마치 이 세상이 전부인양, 이 세상이 끝인 것처럼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이 다가 아니라는 진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갖은 시련과 눈물의 골짜기를 걸어가면서도
한 가지 불멸의 진리를 머릿속에 담고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잘 견디고 잘 극복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는 진리 말입니다.
그 세상은 우리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이 세상과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큰 세상이며,
아름다운 세상이며, 축복으로 가득 찬 세상이라는 진리 말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너무 고통스러워 감내하기 힘들다 할지라도
끝까지 이겨낸 우리가 그날 받을 상급은 참으로 클 것입니다.
모든 속박과 사슬에서 벗어날 그날,
우리의 모든 기대가 충족되는 그날
우리는 너무 기뻐서 뛰놀 것입니다.
오랜 세월 갈구해왔던 간절한 염원이 이루어지는 그날
우리는 옛 인간을 벗어버리고 새 인간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그토록 집요하게 우리를 따라다니던 옛 인간의 행실과 악습도
헌 옷 갈아입듯 던져버리게 될 것입니다.
그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새 인간이 된 우리는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할 합당한 자격을 갖추게 될 것이고
당당하고 기쁨에 찬 얼굴로 하느님 나라에 입성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관건은 기다림입니다.
오늘의 내 이 비참함도 견뎌내야겠습니다.
이 부끄러운 죄도 견뎌내야겠습니다.
부당하고 부족하기가 하늘을 찌르더라도
더 크신 하느님의 자비를 생각하며
인내심을 발휘해야겠습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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