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RMN) 외
최후의 만찬
지오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
[ La Cène ]
최후의 만찬출처: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아티스트
지오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Giovanni Battista Tiepolo)
국적 이탈리아
출생-사망 1696~1770
제작연도
18세기경
사조
로코코
종류
유화
기법
캔버스에 유채(Huile sur toile)
크기
80 x 89 cm
소장처
루브르 박물관
지오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는 앞선 시기의 베네치아 거장들과는 달리 대형 화면을 선호하지 않았다.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1m가 못 되는 비교적 작은 크기의 이 그림은 ‘최후의 만찬’을 다루고 있다. 최후의 만찬이란 주제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카타콤 벽화에서부터 시작된 서양 종교미술에서 가장 오래된 주제 가운데 하나다. 티에폴로는 〈최후의 만찬〉에서 무대 장치로서의 배경 건축 소재를 반복한다. 또 좌우 동형의 공간 구성을 취함으로써 종교 도상의 관례를 엄격히 지키고 있다. 예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주제 가운데 참혹한 수난 장면을 제외한다면 열두 명의 제자가 모두 나오는 장엄하고 거대한 스케일의 구성이므로 구성의 얼개에서 전통의 한계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티에폴로의 진정한 재능은 세부 처리에서 돋보인다. 이 그림에서 제자는 모두 열한 명이다. 예수 오른쪽에 서있는 검은 겉옷과 흰 속옷 상의를 걸친 대머리 남자는 음식을 나르는 시종으로 보인다. ‘최후의 만찬’ 주제에서 배신자 유다를 주 화면에서 제외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가령 시모네 마르티니의 〈최후의 만찬〉 제단화에서도 유다는 빠져있다. 그 옆에 앉아서 탄식하며 큰 제스처를 취하는 노인은 베드로일 것이다. 교부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면 베드로는 예수의 으뜸제자로서 제자들 가운데 배신자가 있다는 발언을 듣고 몹시 놀랐다고 한다.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나아가서 만약 베드로가 배신자의 정체를 알아차렸더라면 맨주먹으로 머리를 박살내어 죽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기존 최후의 만찬 그림들과 티에폴로의 다른 점을 들라면, 식탁 앞쪽에 두 사람을 배치한 것이다. 카스타뇨, 기를란다요 등의 작품에서는 식탁 앞쪽에 한 명이 배치되어 있다가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이르러 모든 제자가 식탁 뒤쪽으로 모인 것은 구성의 진화에 해당한다. 그보다 앞서 조토 등의 14-15세기 르네상스에는 식탁의 앞쪽과 뒤쪽에 제자들이 고루 둘러앉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 틴토레토는 초기 르네상스의 전통을 따랐으나, 티에폴로는 전성기 르네상스의 선례를 좇았다. 그러나 단순히 선례를 답습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성의 균형을 조정한 것은 티에폴로의 새로운 감각으로 볼 수 있다. 예수의 발언에 대한 제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표정과 눈빛 그리고 사지와 옷주름의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모두 절망, 탄식, 놀람, 호기심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화면 전면의 등을 돌린 남자의 경우 - 미켈란젤로의 이뉴디에서 출발해서 베네치아 르네상스에 크게 유행한 도상이다. - 술독에 술을 붓고 있는 엉뚱한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이것은 다양성 이론을 시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양성 이론이란, 아우구스티누스가 미술의 세 가지 덕목 가운데 하나로 꼽은 ‘즐거움’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화가는 모름지기 감상자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서 그림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재현해야 하는데, 가령 얼굴 표정들이 제각기 달라야 하고, 옷차림과 옷 색깔은 물론, 자세에서도 앉은 사람, 서있는 사람, 허리를 젖힌 사람, 등을 구부린 사람 등으로 가능한 한 모든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티에폴로는 자칫 밋밋하고 경직되기 쉬운 종교화의 주제를 다루면서 다양성 이론에 입각해 풍부하고 재치 넘치는 재현으로 그림 속에 긴장과 생기를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제자들이 엄격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슬픔과 동요의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으로 재현되던 전통이 바뀐 것은 다 빈치 이후다. 다 빈치는 제자들에게 혼돈과 불안의 소용돌이에 나부끼는 영혼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재현한 최초의 화가였다. 그 후 밀라노의 화가 바사노와 베네치아 화가 틴토레토를 거쳐서 점잖은 모습의 제자 대신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반응을 보이는 제자들의 유형이 서양 미술사에 자리잡게 된다. 티에폴로가 관심을 가진 것도 바로 ‘최후의 만찬’에 대한 새로운 재현 전통이었을 것이다.
티에폴로의 그림에서 앉아있는 예수 뒤쪽에 걸린 푸른 천은 조르조네의 제단화 〈성스러운 대화〉 등 베네치아 제단화에서 주인공의 배후를 장식하는 소품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인데, 여기서 바람에 펄럭거리는 푸른 휘장은 예수의 내면에 휘몰아치는 격정과 고뇌를 대변하고 있다. 휘장 앞 옆의 벽체에 파인 우묵벽의 벽감 조각도 눈에 띈다. 중앙에 위치한 예수의 좌우에 서있는 여인 조각은 아마 알레고리 조형인 것으로 추측된다. 가령 베네치아 거장 티치아노의 마지막 제단화에서도 티에폴로의 〈최후의 만찬〉에서와 똑같은 구성 형식으로 화면 뒤쪽에 벽감 조각으로 서있는 자세의 두 여인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들은 시나고기아와 에클레시아의 알레고리들이다. 시나고기아와 에클레시아는 제각기 유대인 회당과 그리스도교 교회를 상징하는데, 구약 성서와 신약 성서를 대변하기도 한다. 구약의 예언이 신약에 이르러 실현됨으로써 구원의 역사가 완성된다는 의미다. 티치아노뿐 아니라 미켈란젤로도 같은 시나고기아와 에클레시아의 쌍조형을 선보인 적이 있었고, 쌍조형이 나란히 서있는 재현 전통은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개 화면을 좌에서 우로 진행하면서 읽는 서양의 조형 전통에 따라서 왼쪽 여자가 구약을 상징하는 시나고기아, 그리고 오른쪽이 에클레시아의 알레고리를 재현한 것으로 보이나, 분명한 것은 알 수 없다.
글노성두/프레시안 인문학습원 교장/서양 미술사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과 졸업,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와 고전고고학, 이탈리아 어문학을 전공한 후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유혹하는 모나리자>, <창조의수수께끼를 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춤추는 세상을 껴안은 화가 브뢰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이야기> 등이 있고, <그림 속 신기한 그림 세상> <어린이를 위한 클림트> <세계 미술사 박물관>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출처 : 가르멜 산길 Subida Del Monte Car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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