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활 - 죽음에서 삶으로
서울 가르멜산의 성모 재속맨발 가르멜회 회장 | 오창희 마리아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Alleluja.! Alleluja.! 부암동 산자락 칼끝삭풍을 이고 오르던 서울 가르멜 재속회관에도 어제 내린 봄비 때문일까 어김없이 푸르름의 생명을 틔우며, 시리도록 아름다운 봄을 재촉하고 있는 겨울나무 끝에서 생명의 눈을 느낍니다. 서둘러 떠난 아름다움을 떨어내고 모진 겨울을 이겨낸 죽음의 자리에서 대지의 충만한 생명 에너지로 터져 나오는 새로운 삶의 계절을 맞이합니다. 이 계절에 맞는 주님의 부활(復活)은 주님이 죽음에서 삶으로 부활하신 것만이 아니라 이 우주를 향한 당신의 사랑이 충만했을 때의 큰 기쁨과 환희이기도 합니다. “ Rejoice! Christ is risen!”
기뻐하십시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우리 모든 맨발 재속가르멜회원과 부활하신 주님의 기쁨을 함께하며....... 알렐루야! Alleluja.!
정원에서 만난 성녀 예수의 데레사 사모의 영성은 이탈하지 못한 제 삶의 혼돈의 자리를 비추어 주시는 빛의 길이었습니다.
가르멜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역동성을 체험하는 현존의 시간이었습니다. 가르멜 정원에서 저는 오직 일에만 몰두했던 삶의 시간들을 고요히 내려 놓았고,
그 분과의 만남은 제 어려운 삶의 자리에서 겪었던 많은 혼돈의 과정이 정화되는 소중한 시간이며 잔잔한 기쁨으로 평화로웠습니다.
사순시기를 지나온 맨발 재속 가르멜 회원은 내면적인 생활을 위해 필연적으로 기도하는 영혼이어야 함을 생각합니다. 예수님도 일하신 후에는 군중들을 피해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성녀 예수의 데레사는 “장상들을 오래한 이들은 자신의 영혼을 구원하기에 얼마나 힘들 것인가”를 걱정하셨습니다. 현실적인 사람들의 평판에 안주하면 외적인 삶의 자리의 왜곡을 만나고는 합니다.
마르코 복음은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데리고 다볼산에 오르셔서 그들에게 거룩한 변모의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사도로 뽑혀 산다는 것은 십자가의 삶을 살겠다는 특별함이며, 우리가 은총받기를 원하면 십자가를 소중하게 지고 따 를 수 있어야합니다.
가르멜의 산길에 초대받은 우리는 항상 기도하고 관상하며, 일하는 가운데에서도 주님 현존의 자리에서 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주님의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님의 순수한 사랑과의 만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만남 에서 오는 영적인 힘으로 그들은 내가 속한 공동체의 생명력을 불어 넣기 위하여 스스로는 자신의 십자가에 죽을 수 있기를 청해야합니다.
세상이 주는 기쁨과 다른 기쁨, 세상이 주는 환희와 또 다른 환희를 우리 마음에 잡아 쥐고, 가난과 겸손과 순수한 사랑을 사는 욕(passion appetite)없는 빈 마음 안에서 살 때 주님이 부활하신 세상은 있습니다.
프리마(성무일도서의 일과경)의 마지막시편 끝에서 "제 마음을 넓혀 주셨기에“ (Cum dilatasti cor meum) - 영혼의 성 4궁방 2, 5중에서 - 는 나 자신을 성찰 하면서 가장 많이 묵상하는 말씀입니다.
주님께서 제 가슴을 찢고 제 마음을 넓혀 주시기를 청합니다. 가슴을 찢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애집(愛執)에서 벗어나지 못함이며, 예수님의 가시관이 나의 가슴과 소통하지 않으면 주님 주시는 아가페 사랑의 질문에 에로스 사랑으로 응답하는 우(愚)를 범할 뿐입니다.
가르멜 정원에 초대된 나는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죽고, 이 힘든 경제위기에서 가난과 싸우는 우리시대의 그늘진 곳에 힘이 되어주기 위하여 죽으며, 오랜 시간 희귀병의 치유위해 헌신하는 아픈 이들을 위하여 내가 죽어야 됨을 성찰합니다. 이것은 나의 시간을 내어주는 재속 가르멜 공동체의 형제적 사랑의 실천입니다. 가르멜산 등반길에서 만나는 가르멜의 성인들의 삶이 소중했습니다. 아직 멀기만 한 완덕의 길을 침묵으로 오릅니다. ‘나는 가르멜의 성인들의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자의식(自意識)과 확신을 갖기도 쉽지 않지만, 내가 과연 ‘우리 성인 들의 마음에 드는 자녀로서 반듯하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뒤 돌아 볼 때 부족함의 부족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묵상기도 안에서는 가르멜 성인 성녀들의 사랑의 삶에서 평화를 느낍니다. 이 성인들의 삶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우리들 삶의 자리에 새로움을 주시도록 희망합니다.
지금 돌아보니 어둔 밤의 캄캄했던 시간을 통하여 나의 내면 인식이 새롭게 변화 됨을 바라봅니다. 이렇게 그분 앞에 한 발자국씩 다가가면서 나의 고통과 상처를 보물로 바꾸어 주시는 그분의 현존(presence) 체험을 고요한 잠심 가운데 떠올려 봅니다.
거룩한 땅 가르멜 산 등반길은 제 삶을 흔들어 만든 가치관의 혼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혼돈 속에 내재된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의 역동성안에 주님의 사랑을 만났습니다. 이젠 죽음을 예약한 소생(Reincarnation)이 아닌 부활 (Resurrection)의 희망이 저 자신을 변화시키고, 우리 맨발 재속 가르멜 회원 모두 부활하신 하느님의 기쁨과 환희를 체험하여 새로운 생명력을 지닌 힘찬 재속가르멜 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인 가르멜 안에서 은총의 삶을 충만하게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자신을 성찰하면서도 가슴 찢기는 늘 더디하였습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가장 긴 여행과 다시 가슴에서 손으로 옮겨지는 것이 또한 먼 길이었다.’고 사랑을 실천하는 어려움을 우리는 모두 알고있습니다.
진실로 ‘사랑하며 용서하며’살지 못했습니다. 상처 주는 이웃에게 사랑하며 용서하기까지가 결코 쉽지 않음을 바라보며 성녀 아기예수 데레사의 빈손으로 예수부활을 맞이할 빈 마음을 준비합니다.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참 평화와 함께 행복하십시오.
Handel's Messiah 'Alleluia' 헨델 오라트리오 메시아 중 알렐루야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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