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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감동순간 그림과 사진

[스크랩]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 _ 김현승



Over The Town (oil on canvas 45x56cm,1918) by Marc Chagall
(Gallery : Tretyakov Gallery, Moscow, Russia)
▲마르크 샤갈(1887-1985, Russian-French painter of Surrealism)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 _ 김현승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김현승(金顯承, 1913~1975 평양 생) 평남 평양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부터 전남 광주에서 자람. 숭실전문학교 재학 때 장시(長詩) <쓸쓸한 겨울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을 양주동 추천으로 동아일보에 발표. 조선대·숭전대 교수, 한국 문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시집으로 <김현승전시집> <견고한 고독> <절대고독> <눈물> 등이 있으며 제1회 전라남도문화상(1955), 서울시문화상(1973) 등 수상.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커피를 좋아해 아호를 다형(茶兄)으로 지음.

 



[감상 TIP - 장석주 시인]
마르크 샤갈이라는 러시아의 화가는 애초에는 시를 써서 시인이기도 하지요. 러시아 농촌의 살림살이를 따스하고 환상적으로 그려낸 샤갈의 그림을 떠올리면 얼굴이 밝아집니다. 그의 그림을 떠올리면서 시인은 이 시를 썼겠지요? 3월이면 봄의 기운이 충만한 때입니다. 그 봄에 눈(아마 마지막 눈이겠지요)이 날리니 오는 봄을 축복하는 환상적인 눈발입니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내들’의 ‘새로 돋은 관자놀이’의 ‘정맥’을 ‘어루만지며’ 내리는 나비떼 같은 눈발입니다. 그러한 날 아낙들이 지피는 아궁이의 불은 당연히 ‘그해의 가장 아름다운 불’일 수밖에는 없지요. 그 불빛 앞에서 사내와 아낙은 숨결을 나누며 행복했을 겁니다. 그리고 일렁이는 긴 그림자를 오래도록 뒤에 남겼을 겁니다. 그 사랑으로 인해 그해의 농사는 당연히 풍년이었겠지요.


 

 


A Day With You _ Omar


《esso》

  
출처 : 그래도 밤이어라 Aunque Es De Noche
글쓴이 : 장미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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