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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스크랩] 마음과 눈빛

 

 


 

마음과 눈빛

 

 

 관심이 가는 곳에 마음이 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구두를 한 켤레 사야겠다.’ 하고 마음먹으면, 길을 가도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신발만 보인다. 인파가 많아도 내 마음에 있는 사람은 금방 눈에 들어온다. 내 관심이 무얼 장만하고 마련하는 일에 있으면 그에 관한 것들에 솔깃하고 눈이 번쩍 뜨인다. 마음이 가는 대로 눈길도 손길도 따라간다. 그래서 ‘마음’에 이어 ‘눈몸의 등불’ 이야기를 하시나 보다. 바라보는 일과 행동하는 일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눈이 맑다는 표현에 쓰인 하플로스라는 말은 ‘단순한, 진실한, 감춘 것이 없는’이란 뜻이다. ‘맑은 눈’의 반대를 ‘흐린 눈’이 아니라, ‘성하지 못한 눈’이라고 하신 표현이 흥미롭다. 여기 쓰인 포네로스는 원래 ‘못된, 나쁜’이라는 뜻인데, 이 말이 쓰인 마태오복음 20장의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 이야기를 보면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제일 늦게 와서 조금밖에 일하지 못한 이들을 주인이 후하게 대하자, 아침 일찍부터 일한 이들이 따진다. 그러자 주인은 말한다.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15절)

 

‘시기하는’의 원뜻은 ‘너의 눈이 못된’이다. 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사악함이 보이는 눈빛, 곱지 않은 시선을 의미한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이 꼬여 있으면 눈길 또한 맑을 리 없고, 말과 행동도 좋게 나올 리 없다. 세상에서 값있게 여기는 것들에 눈길이 가다 보면, 그것을 놓고 남과 비교하기 쉬워진다. 불행의 시작이다. 눈빛이 어둠이라는 것은 기쁨이 없다는 것이다. 기뻐하는 사람의 눈에는 생기가 있고 얼굴에 빛이 난다. 그러므로 눈빛이 밝다는 것은 그 사람의 영혼까지 생명이 넘치는, 진정으로 건강하다는 표시다.

 

하느님을 보물로 마음에 간직하지 못한다면, 성한 눈, 곧 선하고 온전한 삶의 길을 비춰주는 ‘등불’을 지니기 어렵다. 건강에 마음을 많이 쓰며 사는 우리에게 영혼의 의사이신 분이 오늘 묻고 계시는 것 같다. “네 마음이 가 있는 곳이 어디냐? 평안하고 기쁘냐?”

 

 

송미경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사진 / 강아네스

글 / 야곰의우물 (2013년6월)

 

 

 

There is honey in your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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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가톨릭 영 시니어 아카데미
글쓴이 : 제금련베르나데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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