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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스크랩] 수 방 (守房)Ⅰ

 

 

 

수 방 (守房)Ⅰ

 

 

 

‘아, 밤이여 길잡이여 새벽 도곤 한결 좋은 아, 밤이여 굄하는 이와 굄받는 이를 님과 한 몸이 되어 버린 괴이는 이를 한데 아우른 아하 밤이여, 하릴없이 나를 잊고 님께 얼굴 기대이니 온갖 것 없고 나도 몰라라. 백합화 떨어진 속에 내 시름 던져두고…….’

                                                                 - 십자가의 성 요한 -

 

 

보고픈 이여!

나는 나의 수방을 사랑합니다.

세상을 이 작은 공간 안으로 품을 수 있고

나만의 시간과 공간 안에서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초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깊이 사랑하였음에 침묵하였나니,

 더 깊이 사랑함에 침묵하노니,

 더 깊이 사랑하고파 침묵하고저 하노니’

 

‘사랑이 깊어 깊어 공허한가 보다.

그리움이 깊어 깊어 벗이 그리운가 보다,

고독이 깊어 깊어 침묵이 필요한가 보다.’

 

‘이 큰 집, 어느 작은 공간 저 많은 창문,

그것들 중 하나 창공은 넓어도

비추어 들어온 하늘은 손바닥만 하고

대지의 푸른 생명력도

숨구멍으로 들어오는 땅 내음으로 갈증만 나고.’

 

‘우주를 안은 내 가슴도

사랑의 열병으로 답답하기만 하고,

일체 모든 것이 잊음이요”라고 하면

어느 새 세상들은 형태를 이루고 만다.’

 

‘해가 뜨고 지면 달이 뜨고 지지,

세월의 흐름이 그분의 품안이지 옳거니

어-야, 가거라 머무르리라.’

 

바닷가 조약돌 위에 쓴 글과 그림을

이해하려면 바다가 쓴 시간 만큼 인내를 가지고

읽는다면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있겠지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흰 백지에

써 내려가는 글 하나 하나에

나의 과거와 현재의 모든 사랑과 슬픔,

기쁨과 고통,

그리고 작음과 한계를 모아

희망과 믿음과 사랑이라는 빛깔로 채색을 합니다.

 

수방을 지킨다는 것 그것은 혼자 있는 일에

점점 더 익숙해짐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내가 내 자신의 고독과 침묵 안에

점점 더 깊숙이 뿌리박혀 갑니다.

 

혼자일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편안합니다.

그렇다고 나는 철저히 세상 안에서 이방인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살아갈수록 이웃들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세월의 연륜은 고맙고

우리를 성숙시켜 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고유한 색상과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머무르는 것 같지만 성장하고 있고,

주님께서는 우리의 성장이 시련과 갈등,

고독과 갈증, 메마름과 체념,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강하게 그러면서도 생명의 신비 앞에

늘 머무를 수 있도록 안배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기쁨과 평화의 마음을 그대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하늘이 열리고 땅이 반기어 웃는 생명의 환호를 말입니다.

고요함 안에 풍요롭게 하시는 사랑을 드리고 싶습니다.’

 

 

 

 

 

 

  Phil Coulter & Roma 

 Downey                                                                    

 

 

                                        

                                                     

출처 : 가르멜산 성모 재속가르멜회
글쓴이 : 장미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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