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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의 ‘가르멜의 산길’에서) 너는 오직 그에게만 눈길을 모으라. 그를 통하여 너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계시했으니, 네가 빌고 바라는 그 이상의 것을 그 안에서 얻으리..

  • 2022년 12월 05일 월요일
  • 대림 제2주간 월요일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의 ‘가르멜의 산길’에서
(Lib. 2, cap. 22)
제1독서
 
1 보아라. 주께서 온 땅을 황야로 만드신다.
땅바닥을 말끔히 쓰시고 주민을 흩으신다.
2 서민도 사제도, 종도 상전도 똑같다.
하녀도 주부도, 파는 이도 사는 이도 똑같다.
빌리는 이도 빌려주는 이도, 빚 준 이도 빚 얻은 이도 똑같다.
3 온 땅을 말끔히 쓸어 가시어
남은 것은 돌 더미뿐이리라.
주께서 이렇게 선고하셨다.
4 산천은 메마르고 세상은 파리해지니
하늘도 땅과 함께 슬퍼한다.
5 주민의 발에 밟혀 땅은 더러워졌다.
그들이 법을 어기고 명을 거슬러
영원한 계약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6 그리하여, 온 땅은 저주를 받고, 주민은 처형된다.
세상의 주민은 거의 다 불에 타 죽는다.
7 술은 마르고, 포도 덩굴은 시든다.
기뻐 가슴 뛰던 이들도 한숨만 짓는다.
8 흥겨운 소구 소리도 그치고
흥청대는 고함 소리도 멎는다.
멋진 수금 가락도 다시는 울리지 않는다.
9 노래도 없이 퍼마시는 술,
그 독한 술맛은 입에 쓰기만 하다.
10 도시는 무너져 온통 혼란에 빠지고
집집마다 문을 단단히 닫아걸어 드나드는 자도 없다.
11 술이 떨어져 거리는 비탄에 빠지고
취흥은 자취를 감추고 흥겨운 노래도 사라진다.
12 거리에 남은 것은 잿더미뿐
성문은 산산이 부서졌다.
13 이런 변을 겪고 난 백성들은
올리브를 떨고 몇 알 남는 것이 없듯이,
포도를 거두고 몇 송이 남는 것이 없듯이 되리라.
14 목청도 우렁차게 외치는 저 즐거운 소리,
주께 영광을 돌리는 저 소리가
바다에서 울려오는구나.
15 “해 뜨는 쪽에서도 야훼께 영광을 돌려라.
바다 쪽에서도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의 이름을 찬양하여라.”
16 땅 끝에서 노래가 울려 퍼진다.
“정의로 사는 나라에 영광 있어라.”
그러나 나는 외쳤다.
“큰일났다! 큰일났다! 이 일을 어쩌나?
배반자들이 끝내 배신하였구나.
배반자들이 음모를 꾸며 배신하였구나.”
17 땅에 사는 사람들아!
무서운 일이 네 위에 떨어진다.
함정과 올가미가 너를 노린다.
18 무서워 지르는 비명에 도망치는 자는 함정에 빠지리라.
함정에서 올라오는 자는 올가미에 걸리리라.
높은 하늘에서 수문이 열리고
땅은 바닥째 흔들린다.
 
제2독서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의 ‘가르멜의 산길’에서) 너는 오직 그에게만 눈길을 모으라. 그를 통하여 너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계시했으니, 네가 빌고 바라는 그 이상의 것을 그 안에서 얻으리라.
구약 시대에 하느님께 문의함이 옳았고 사제들과 예언자들이 하느님의 시련과 계시를 원함이 무방했던 그 주요 원인은 당시엔 아직 믿음의 바탕이 잘 굳어지지 못했고 복음의 율법도 미처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니, 그러기에 하느님께 묻는 것이 필요했고, 한편 당신은 말씀, 현시, 계시, 또 형상과 그런 따위 아니면 다른 여러 가지 상징으로 일러주시는 것이 필요하였다. 당신이 응하시고 말씀하시고 열어 보시이시는 모든 것이 우리 신앙의 현의요 신앙에 관한 것 및 신앙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은총의 시대라 이미 그리스도 안에 믿음의 바탕이 굳어지고 복음의 율법이 나타났으니 구태여 저런 식으로 문의할 까닭이 없고 옛날처럼 당신이 말씀하시거나 응답하실 까닭도 없다. 하느님께서 이미 우리에게 주신 당신 아드님 - 즉 둘이 아닌 오직 하나인 당신 말씀 - 을 주심으로써 일체를 우리에게 한꺼번에 그리고 단 한 번에 오직 이 말씀으로 말씀하셨으니, 다시 더 말할 것을 지니지 않으신 까닭이다.

성 바오로께서 히브리인들에게 모세의 율법에 의한 예전식대로 하느님과 사귀지를 말고 오직 그리스도께 눈길을 모으라 하심도 이 뜻이었으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께서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시켜 여러 번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마지막 시대에 와서는 당신의 아들을 시켜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으로 사도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는 바는 하느님은 말없이 계시고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는 것이니 옛날엔 예언자들에게 부분적으로 말씀하시던 것을 이제는 당신 아드님이신 “전부”를 우리에게 주심으로써 그분을 통하여 다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오늘에 이르러 아직도 하느님께 문의한다든지 어떤 시현이나 계시를 받고 싶어한다든지 하는 사람은 바보짓을 할 뿐 아니라 하느님을 욕되게 하리니, 그리스도 하나만을 우러러보지 않고 다른 엉뚱한 것 신기한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하느님께서 이와 같이 대답하실 것이다. 즉 “내가 이미 내 아들인 말을 가지고 모든 것을 다 말해서 다른 말이 없거늘 이제 와서 무엇을 더 대답할 수 있고 이 ‘말’ 아닌 무엇을 또 계시할 수 있느냐? 너는 오직 그에게만 눈길을 모으라. 그를 통하여 너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계시했으니, 네가 빌고 바라는 그 이상의 것을 그 안에서 얻으리라.

내가 내 성령과 함께 그 위에 내려와 다볼산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고 말한 그때로부터 그전에 하던 대답이나 가르치던 일체에서 손을 떼고 그에게 넘겨주었으니 그의 말을 들어라. 다시 더 계시할 신앙도 나타낼 아무것도 내게는 없다. 내가 옛날에 말한 바는 다만 그리스도를 약속함이었고 사람들이 내게 문의한 바는 (복음사가와 사도들의 도리 전부가 오늘 이를 말해 주듯이) 온갖 선을 갖추고 있는 그리스도를 빌고 바라는 것이었다.”
 
마침기도
기도합시다
주여, 비오니,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받아들이시고, 우리로 하여금 깨끗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신비로이 사람이 되어 오시는 독생 성자를 맞이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