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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스크랩] 우정의 아름다움 | 이 부드러운 커튼 속에는

 

 

 

우정의 아름다움

 

                                                                            장석훈 베르나르도수사

 

   

타는 한 자루의 초가 정적을 알려주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불현듯 이렇게 외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속에 사랑을 불러보고 싶은 것은  

창조주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 안에 영원한 사랑의 메아리를  

울리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제한된 흰 백지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적을 수 없음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인간사의 투쟁 안에서  

나의 노래를 다 부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유한성부자연스러움을 자각하고  

자기의 한계성을 인식할 때  

비로소 완전성’, ‘자유’, ‘무한성 

향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사람이 삶의 길에서 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그 자체로 기쁜 것이고  

침묵 속에 말없는 기쁨이 있고  

생명의 샘이 항상 내 곁에 있건만  

삶에 지친 내 영혼은  

진정 고귀한 것들을 잊고 사는 허술함을 봅니다.

   

하지만 십자가의 길을  

내 진정 따르고 싶다는 열망에 대한 희망이  

아직 무너지지 않고  

그리스도의 기도 

그리스도의 고뇌가  

그리스도의 사랑이 그리워짐은 은총이지요!

   

믿음의 길은 삶의 길이기에  

믿음은 새로운 전망을 끝없이 전개하는 지평선으로  

다다르게 하므로  

먼 훗날 내 영혼이 하늘의 꽃을 피우고  

해방의 환희를 노래 부르는 그날까지  

인간적 고뇌를 찢겨진 마음 안에  

한 겹 한 겹 아픔을 저미면서도 

세상의 어두움과 내면의 혼동 속에서도 빛을 갈구하며……

   

비우기만 하면 얻는 부() 때문이 아니라 

영원을 사는 지혜 때문이 아니라 

무한을 즐기는 유한의 멋이 아니라 

내 기쁨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면서 

그저 할 것을 해 가는 삶 

향하고, 

바라보며, 

내 마땅히 가야 할, 

님이 가신 길.

   

나의 삶을 살아가는 여정의 길이 아니라 

사랑을 향한 사랑의 여정 길이어야 함을 봅니다.

 

모든 것을 사랑이라는 진리 안에서  

일치’를 찾고자  

오늘도 한 발자국 내딛어 봅니다 

쉽게 타협하지 않고  

영합하지 않고  

세상사 안에서 그 흐름을 거슬러 가며  

자신만이 지닌 고유한 개성과 존엄성,

 

창조성을 지닌 채  

인간으로서의 책임과 신의를 지키며  

참 인간됨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보통 용기와 확신 없이는 있을 수 없음을 봅니다 

아마 미지의 세계를 바라보는  

개척자의 마음이라 할까요!

   

옛 친구를 만나  

오랜 밤을 지새우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런 상념들을 침묵 속에  

잠재우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은  

나의 삶의 한 모습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성 베르나르도 성인의 말씀에 위안을 느낍니다.

 

우정의 아름다움을 그분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 마음속에서 쉬고 있듯이  

우리도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쉽니다 

더욱이 과거의 인연을 소홀히 하지 아니함은  

그것이 내 생애의 일부임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Giacomo Puccini (1858~1924)
  Manon Lescaut
 Act 2 In quelle trine morbide
  이 부드러운 커튼 속에는

출처 : 가르멜산 성모 재속가르멜회
글쓴이 : 장미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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