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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감동순간 그림과 사진

[스크랩] 거울(mirror, 鏡)

 

 

 

출처: 봉주르!초롱이의 그림박물관 http://blog.naver.com/helmut_lang/150036592439

거울(mirror, 鏡)

 

거울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이상의 신비스러운 세계를 비쳐주고 연결해주는 영험한 물건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거울은 말 그대로  현실의 어느 한 모습을 그대로 반사하여 보여지는 또 다른 형상입니다. 실제 세계의 한 부분을 똑같이 복사한 모습이지만, 우리의 눈을 현혹하고, 착각에 빠져들게 하죠. 하지만 그 자체로는 실체가 아닌 그냥 껍데기 또는 이미지 일 뿐입니다.

 

거울은 사물을 비추는 하나의 도구지만 화가들은 화폭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거울 통해 묘사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는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그럼 거울이 등장하는 그림들을 하나하나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EYCK, Jan van
Portrait of Giovanni Arnolfini and his Wife
1434

 

 

플랑드르 미술의 대표 작가로 알려진  네덜란드 화가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의 <아르놀피니의 결혼식The Arnolfini Marriage> 은 거울이 나오는 작품 중 아마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이 아닐까요? 

 

커다란 검은 모자를 쓰고 짙은 갈색의 코트를 입고 있는 비호감페이스의 남자가 있습니다. 그 옆에는 초록 벨벳의 드레스를 입은, 동그란 얼굴에 뽀얀 피부가 아직은 앳되어 보이는 여자가 남자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포갠 채 서있습니다.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녀는 지금 결혼식을 올리는 중입니다. 작품속의 남녀와 그들 주위의 물건들은 결코 우연히 그려진 게 아닙니다. 화가의 치밀한 계산과 의도적인 배치에 의해 상징적으로 그려진 것이죠. 이를테면 벗어논 신발은 '네가 서있는 이곳은 거룩한 땅이니 신을 벗어라' 라는 성경 말씀에 근거해 이 자리가 신성한 결혼 서약의 장소임을 상징하고, 거울 옆에 걸린 크리스털 묵주는 순결을, 강아지는 가정에의 충성과 정절을, 침대 모서리의 작은 목각은 잉태의 수호 성녀인 성 마가리타의 모습으로 다산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EYCK, Jan van
Portrait of Giovanni Arnolfini and his Wife (detail)
1434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주의깊게 봐야 할 것은 바로 두 남녀 사이에 위치한 '거울'입니다. 볼록거울의 주위엔 가톨릭교회의 ‘십자가의 길’을 의미하는 10개의 예수의 고난이 새겨져 있습니다. 거울 속에는 방의 반대편 정경을 비추고 있는데, 거울을 이용해 평면이 지닌 공간의 한계를 확장하고자 하였습니다. 주인공들의 뒷모습 외에도 그림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두 인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화가 자신을 거울 속에 그려 넣은 것입니다. 푸른색 옷의 주인공은 거울 위에 새겨진 ‘얀 반 에이크가 이 자리에 있었노라, 1434년’(Johannes de Eyck fuit hic 1434)라는 문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화가 자신이죠.  붉은색 옷은 그의 조수 또는 결혼을 주관하고 있는 신부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림 속 거울은 두 남녀의 뒷 모습을 비치는 동시에 그림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거울만이 볼 수 있는 제 3의 공간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Vel?zquez, Diego Rodr?guez de Silva y

Las Meninas
1656

 

 

위대한 화가 벨라스케스의 작품 중에서 <시녀들>은 1985년 예술가와 비평가들 사이에서 미술사에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뽑혔을 만큼 명작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20세기 최고의 화가인 피카소도 수없이 많은 모방작을 발표할 만큼 이 작품에 대해 경의를 표했을 정도였습니다. 

마치 스냅사진을 찍은 듯이 당시 상황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는 이 작품은 어린 마르가리타 공주와 그녀를 담당하는 시녀들, 하인들, 그리고 그들 바로 뒤에 벨라스케스 자신을 그린 집단 초상화 입니다. 벨라스케스는 큰 캔버스에 앞에서 작업을 하는 중인데요, 그는 누구를 그리는 중일까요? 작품을 좀 더 자세히 보면 벨라스케스 뒤쪽 배경에 '거울'이 보입니다. 거울 속에는 왕과 왕비의 상반신이 보입니다. 미술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장면은 거울 속의 국왕 내외의 모습입니다. 이 작품은 펠리페 4세가 국왕 내외가 그림의 모델을 서고 있는 마르가르타 공주를 위로하기 위해 작업실을 찾았던 일상을 그린 것이라는 주장과, 국왕 내외가 모델이고 마르가리타 공주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주장이 엇갈립니다.

 

이 작품의 복잡하고 수수께끼 같은 화풍은 어느 것이 실재하는 것이고 어느 것이 환상인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며, 보는 사람과 보여지는 사물 사이의 관계를 불확실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복잡함으로 인해, 이 작품은 가장 많이 연구된 작품들 중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벨라스케스는 누구를 그리는 중이었을까요? 아마 벨라스케스 자신만이 알것입니다. 자신의 장난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머리아파하고 있는 후손들을 보면서 재미있어하고 있지 않을까요?

 

 

 

 

 

Vel?zquez, Diego Rodr?guez de Silva y

Venus at Her Mirror
1648

 

벨라스케스의 또 다른 작품 <거울 앞에 누운 비너스>입니다. 위대한 초상화가였던 그가 왜 여인의 뒷모습을 그렸을까요?  게다가 거울에 비친 얼굴 역시 누군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흐릿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관능적인 몸매의 누드의 여인이 누워있습니다. 소재는 신화에서 빌려 왔지만 사실 현실의 여성을 표현한 작품이죠. 벨라스케스는 여인이 비너스라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 큐피드를 화면에 등장시켰습니다. 실제의 뒷모습과 큐피드가 받쳐 든 거울 속의 희미한 비너스의 얼굴이 대조를 이룹니다. 이는 현실과 가상의 이미지의 관계를 탐구하려는 벨라스케스의 의도였습니다. 벨라스케스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거울의 효과에 관심을 가졌고, 화면에 허구의 공간까지 보여주기를 원했습니다. 이 작품은 거울을 이용한 그의 작품 중 하나이면서 벨라스케스의 유일한 누드화입니다. 벨라스케스는 이 그림에서 거울을 통해 육체적 아름다움과 육체적사랑은 결국 허상이라는 주제를 완성합니다.

 

그런데 작품 속의 거울에 비친 여인의 얼굴을 계속 보다보니 조금은 섬뜩한 느낌이 듭니다. 흐릿하게 그려진 여인이 꼭 저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Henri de Toulouse-Lautrec

nude standing before a mirror

1897

 

 

한 여인이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습니다. 옷도 입지 않고 멍하니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이 슬퍼 보입니다.

 

물랭루즈에 맨날 출근하며 그 곳에서 술을 먹고 그 곳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옮겼던 로트랙.. 귀족이었지만 어린시절 두 다리에 병을 얻어 난장이처럼 살던 그는 인생의 아픔에 대해 일찌기 배웠음이 분명합니다. 난장이 혹은 불구인 저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을 그는 호탕한 술꾼 행세를 통해 이겨내려 했지만 그가 그렸던 물랭루즈의 그림들은 전혀 호탕하지 않습니다. 그의 그림들은 대부분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의 뒤안에 있는 아픔과 상처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그림에는 그 아픔과 상처가 가장 절정에 달한 모습... 자신의 아픔과 상처에 도저히 눈돌리지 못하는, 그걸 있는 그대로 볼 수밖에 없는.. 아니, 그걸 보고 확인해야만 하는 물랭루즈 댄서이자 창녀인 한 인간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전혀 늘씬하지도, 전혀 아름답지도, 전혀 화려하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여인. 스스로의 모습을 응시하는 그녀의 머리 속으로 무슨 생각이 오가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Gustav Courbet

Jo, La Belle Irlandaise 

 1866

 

 

쿠르베의 <아름다운 아일랜드 여인, 조>는 손거울을 들고 붉은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여인을 그린 작품입니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여인, 그리고 그 여인을 그린 화가. 이 그림의 주인공은 아일랜드 여인 조안나로 그녀는 휘슬러의 정부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쿠르베의 도발적인 작품의 모델제의를 수락하죠.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알았고,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을 사랑했습니다. 이 일로 휘슬러와 조안나는 파경을 맞았죠. 당시 쿠르베와 조안나가 바람을 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위 작품 <아름다운 아일랜드 여인, 조>를 보면 조안나에 대한 쿠르베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쿠르베는 많은 여인과 사랑을 나누었지만 귀족적인 여인보다는 세속적이면서 퇴폐적인 느낌이 나는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그녀의 관능적인 아름다움에 빠져 있던 쿠르베는 이 작품을 네 점 이상 반복해서 그렸습니다. 이 작품은 그가 팔기를 거부하고 평생 간직했던 작품이죠.

 

 

RUBENS, Pieter Pauwel
Venus at a Mirror
c. 1615

 


 

RUBENS, Pieter Pauwel
Venus at her Toilet
c. 1608

 

 

 

  

TIZIANO Vecellio
Venus with a Mirror
c. 1555

 

 

 

 

MASTER of the Fontainebleau School
Venus at Her Toilet
c. 1550

 

 

 

 

BELLINI, Giovanni
Naked Young Woman in Front of the Mirror
1515

 

 

 

 

BELLINI, Giovanni
Naked Young Woman in Front of the Mirror (detail)
1515

 

 

 

 

 

CHRISTUS, Petrus
St Eligius in His Workshop
1449

 

 

 

CHRISTUS, Petrus
St Eligius in His Workshop (detail)
1449

 

 

 

 

AACHEN, Hans von
Joking Couple

 

 

 

 

BALDUNG GRIEN, Hans
Prudence
1529

 

 

 

 

GENTILESCHI, Orazio
Two Women with a Mirror

 


 

 

 

GIRODET DE ROUCY-TRIOSON, Anne-Louis
Mademoiselle Lange as Venus
1798

 

 

 

 

GIRODET DE ROUCY-TRIOSON, Anne-Louis
Mademoiselle Lange as Dana?
1799

 

 

 

 

 

 

출처 : 화타 윤경재
글쓴이 : 화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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