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 과 비움 /윤동주
풀/김수영
하느님의 어린양
2022. 5. 22. 06:22
풀/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끼며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묵까지 눕는다.
바람보다도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